래디컬하지 않은 제자도, 『래디컬』

 

 

래디컬하지 않은 제자도, 『래디컬』

[서평] 데이비드 플랫(David Platt)의 <래디컬> (두란노, 2011)

글. 홍동우  _20150702

 

복음서를 충실히 읽는 독자들은 ‘제자’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다. 성경에 나오는 단어 중에서 오늘날 자본주의 소비문화로 더럽혀진 교회에 다니는 교인들을 붙잡아 이끄는 단어는 아마도 ‘제자’일 것이다. ‘제자’라는 단어는 오늘날의 교인들과는 너무도 결이 다른 단어이다. 제자들은 ‘좋은 설교’를 듣겠다는 미명아래 ‘더 좋은 교회’를 찾아 옮기지 않는다. 제자들은 ‘헌금’, ‘봉사’, ‘예배참석’과 같은 종교행위로 ‘도덕적 위로감’을 누리지 않는다. 또한 제자들은 주님께로부터 오는 혜택만을 뻔뻔히 갈구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오늘날의 교인은 그 모든 것을 갈구한다.) 그래서일까? 오늘날의 교회에서는 그 무엇보다도 ‘제자’가 요원하다.

 

제자도의 고전이라 일컬을 수 있는 『나를 따르라』에서 본회퍼는 단순하고도 올곧은, 그리고 명확한 제자도의 삶을 이야기한다. 그뿐이 아니다. 그의 삶의 궤적이 보여준 ‘제자도’는 『나를 따르라』를 가볍게 읽는 모든 시도를 사전에 차단해버린다. 하지만 그런 고결함을 지녀서인지, 혹은 본회퍼의 탄탄한 학문적 배경 때문인지, 이 책은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이 알고 있고, 쉽게 인용하지만, 외의로 제대로 읽히지는 않는다. 참으로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책이다. (본디 고전은 모든 사람이 인용하지만, 모든 사람이 읽지 않는다!)

 

‘제자’에 대한 가르침은 여전히 요원하다. 하지만 제자도의 고전 『나를 따르라』는 읽히지 않는다. 이 미묘한 공간 사이에서 소비되는 유의 책들이 있다. 데이비드 플랫의 『래디컬』, 카일 아이틀만의 『팬인가, 제자인가』, 폴 워셔의 『복음』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나를 따르라』와 다르게 필체가 쉽고 간결하며, 일상적이고도 자극적인 예화를 통해서 ‘제자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제자의 삶’이 지닌 고결함을 이야기해준다. 북미에서 불어온 제자도의 열풍은 ‘제자도’에 대한 진짜(진정한) 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조망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었다. 이러한 정황 속에서 본인은 그 열풍의 선두주자라 할 수 있는 『래디컬』을 씹어보려 한다.

 

 

제자도, 성경에서 요구하는 삶

 

『래디컬』을 쓴 데이비드 플랫은 미국의 아메리칸 드림에 찌들어진 복음과 그가 체험한 아시아 지하교회에서의 복음의 내용을 비교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미국 교회와 달리 아시아 지하교회는 정부와 이단의 핍박이 현존했다. 그리고 그러한 위기 상황 속에서 그들은 신학적 수사가 아닌, 진실함과 생명을 바쳐 주님을 따라 나섰다. 그런 모습에 크게 감명 받은 데이비드 플랫은 바로 아메리칸 드림에 찌들어진 미국식 복음을 향해 칼날을 가한다.

 

이러한 데이비드 플랫의 단호한 일갈은 한국교회의 정황과도 맞아떨어진다. 온갖 종교소비자들만 가득하고 진정한 헌신자는 없는 교회, 교인들은 많지만 예수를 따르는 제자들은 전혀 보이지 않는 교회, 이런 상황 속에서 『래디컬』은 읽혀졌고, 소비되고 있다. 그의 이야기는 참으로 열정이 흘러 넘친다. ‘하나님을 신뢰하라!’, ‘급진적으로 따르라!’, ‘생애를 걸어라!’, ‘하나님이 부르셨고 하나님이 책임지실 것이다!’, ‘우리의 삶은 하나님의 것이기에 죽음 또한 감수해야 한다!’ 등등, 그의 발언을 읽고 있으면 뜨거운 열정 없이 교회에 출석만 하고 있는 한국교회의 정황이 고스란히 떠오른다. 그래, 맞다. 오늘 우리에게 참으로 필요한 메시지다.

 

제자도가 사라져버린 교회의 현장에서 이처럼 『래디컬』은 나름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더군다나 그는 ‘제자가 없다!’는 인상비평에 그치지 않고 각론으로 나아간다. 지상명령에 대해서 한 챕터를 다루고, 그러한 지상명령에 헌신하여 제자가 되어 제자를 삼는 삶에 대해서 한 챕터를 다룬다. 또한 가난한 이들을 돕는 삶에 대해서도 한 챕터를 다룬다. 더군다나 그는 각론을 제시하며 ‘제자되지 않음’을 적절하게 지적한 후에 ‘제자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짚어주고, ‘제자 되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의 제안은 1년간의 시간을 헌신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1년의 시간동안 아래와 같은 실천지침을 구체적으로 준수하라고 말한다.

 

1. 전 세계를 위해 기도할 것
2. 말씀을 샅샅이 읽을 것
3. 의미 있는 곳에 재정을 희생할 것
4. 필요로 하는 낯선 곳에서 섬길 것
5. 복음적인 지역교회를 섬길 것

 

데이비드 플랫은 제자도가 사라진 오늘날의 교회를 향해 열변을 토한다. 교회가 주는 유익을 누리면서 종교적 위안과 심리적 충만함을 경험하는 이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경이 말하는 삶을 살지 아니하는 이들을 향해 직언하는 것이다. 제자도가 사라져버린 교회의 현장에서 이처럼 『래디컬』은 나름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과연 래디컬은 성경적인 “제자도의 메시지”인가?

 

어머니는 정성을 들여서 따뜻하고 포근한 한 상을 차린다. 하지만 철부지 아들은 어머니의 한 상 이면에 담겨진 사랑과 정성, 그리고 풍성한 영양분을 보지 못한다. 그리고 어머니의 포근한 한 상을 뒤로하고는 인스턴트 식품이나 과자로 배를 보충한다. 왜 갑자기 ‘밥’이야기냐고? 아니다. 나는 아직 『래디컬』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제자도를 뚜렷하게 제시하고 있는 복음서를 세밀하게 읽지 않고, 제자도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나를 따르라』를 읽지 않는 상황에서, 『래디컬』을 통해서 제자도에 대한 나름의 동기부여를 받고 있는 한국교회의 상황. 과연 올바른 모습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래디컬』은 자극적이고, 배만 채워줄 뿐, 제자로 자라나게 하는 영양분은 여실히 부족한 인스턴트 식품이나 다름없다.

 

『래디컬』의 주 독자층은 미국 중산층 그리스도인들이다. 그들은 교회 회원으로써 얻을 수 있는 사회적, 정서적, 종교적 혜택만을 요구한다. 따라서 저자 데이비드 플랫은 이들을 겨냥하여 기도와 말씀, 재정과 삶에의 헌신을 요구한다. 이는 분명 필요한 메시지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정말 성경은 오늘날의 사회적, 정서적, 종교적 혜택으로 교회에 다니는 중산층 그리스도인들에게 기도, 말씀, 재정과 삶에의 헌신만을 요구하며 그들을 ‘제자’라 일컬을까?

 

아니다, 절대 아니다. 제자도는 단순히 중산층 그리스도인들에게 몇 가지 훈련을 요구하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십자가까지 나아와 죽으라고 말한다.^[각주:1] 반면 데이비드 플랫이 말하는 제자도는 교회에서 기획된 ‘제자훈련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수료하는데서 머무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 오늘날 한국교회와 한국교회 지평에서의 선교단체들이 말하는 ‘제자훈련’은 ‘좋은 멤버쉽’을 만드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평신도가 교회를 이끈다’고 하지만, 이는 교회의 업무를 나눠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성경에서 말하는 제자도와는 다르다. 성경에서 말하는 제자도가 모든 국가, 사회, 인종, 성별의 차별을 뛰어넘어 예수를 따르는 것을 말한다면, 오늘날 통용되는 제자도는 ‘좋은 교인 만들기’에서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가지 않는다.

 

물론 기도, 말씀, 재정과 삶에의 헌신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단순한 지침을 1년 동안 수행하는 것만으로는 제자가 되지 않는다. 실제 복음서 속에서는 이러한 훈련지침을 수료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훈련을 통과한 예수의 제자들조차도 모두 십자가 앞에서 그를 버렸다. 성경의 이야기를 조금만 충실히 읽더라도 『래디컬』은 성경에서 보여주는 제자도와 다르다는 사실을 명백히 알 수 있다.

제자도는 단순히 중산층 그리스도인들에게 몇 가지 훈련을 요구하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그렇다면, 성경이 말하는 제자도는 무엇인가?

 

본인은 ‘마가복음’을 토대로 제자도를 조금 그려보고자 한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을 불러서 귀신을 쫓아내고, 질병을 치유하는 복음전파 여행에 함께 나선다. 그리고 그들은 (학자들의 견해에 의하면) 1년에서 3년 반 정도 예수와 함께 먹고, 자고, 마시며, 또한 사역에 참여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자들은 십자가 앞에서 예수를 떠난다. 길 위에서도^[각주:2], 마지막 만찬의 자리에서도 제자들은 예수를 따르고^[각주:3], 버리지 않을 것 같았지만 결국에 그들은 십자가 앞에서 하나 둘씩 떠나간다. 가룟 유다가 먼저 배반을 하고, 제자들은 도망가며, 베드로는 끝까지 따라왔다가 결국엔 세 번 부인하게 된다. 아이러니하지 않는가? 성경은 제자들의 훈련이 성공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제자들을 향한 예수님의 훈련이 실패했다고 말한다.

 

반면 십자가까지 따라온 사람들도 있다. 이른바 세 여인들이다.^[각주:4] 하지만 이들이 예수를 주도적으로 따랐다고는 말할 수 없다. 오히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를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고백한 이는 백부장이지^[각주:5], 정녕 이들은 단순히 멀리서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다. 실제 이들의 행적을 추적해보면 이들은 적극적으로 예수를 따랐다기보다는 (당시 유대 여성들의 일반적인 모습처럼) 자신이 사랑하고, 섬기던 선생을 수동적으로 따라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남자 제자들은 예수를 통해 투영했던 자신의 비전이 어그러지자 도망쳤던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부활의 장면을 목격하고, 새로운 사명을 부여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몹시 놀라 떨며, 도망하고 무서워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들의 모습^[각주:6]을 보더라도 예수의 제자훈련은 실패한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 성경(특히 마가복음)은 예수의 제자훈련이 실패했음을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데이비드 플랫의 제자훈련 방법론이 예수의 제자훈련 방법론보다 우월할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예수의 함께 먹고, 자고, 살아가는 제자훈련 방법론은 데이비드 플랫의 제자훈련 방법론보다 더욱 ‘래디컬’하다. 그럼에도 예수의 제자훈련은 실패했다. 오히려 성경은 우리에게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 같다. ‘예수에게 배웠다고 해서 예수의 제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이다. 우리는 이 말을 확장시켜서 적용해볼 수 있다. 『래디컬』을 읽었다고 해서, 『래디컬』에서 말하는 방법론을 따라간다고 ‘예수의 제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예수에게 배웠다고 해서 예수의 제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제자훈련의 실패 속에서 새롭게 터져 나오는 부활의 제자도

 

그렇다면 제자도는 애초에 불가능한 기획이었을까? 하지만 이러한 ‘실패’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살펴보면, 그리고 그 이후 초대교회의 역사를 살펴보면, 오히려 이러한 ‘실패’의 이야기 속에서 제자도의 메시지가 강력히 내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 십자가 도상에 발견할 수 있는 두 부류의 모습(베드로를 위시한 남성 제자들의 모습과 세 여인의 모습)을 살펴보면, 주님의 제자훈련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고 할 수 있다. 먼저는 ‘야망을 가진 남성’을 향한 훈련이다. 데이비드 플랫을 위시한 대부분의 중산층 그리스도인들은 제자훈련을 받으면서도 ‘야망’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야망’을 마가복음은 곳곳에서 폭로한다. 특별히 십자가를 져야한다는 예수의 가르침을 전후로 마가는 항상 ‘높아지려는 야망’을 배치한다. 이러한 중산층 그리스도인에게 필요한 훈련은 무엇인가? 기도인가? 시간과 재정의 헌신인가? 그렇지 않다. 야망이 철저히 박살나는 훈련이다. 실제 마가복음의 제자들은 십자가에서 예수께서 돌아가심과 동시에, 그들의 야망이 철저히 박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른바 ‘예루살렘의 야망’(높아짐의 야망)을 가진 제자들을 ‘갈릴리의 비전’(하나님나라의 비전)으로 불러내신다. 바로 부활 이후에!

 

다음은 ‘수동적인 여성’들을 향한 훈련이다. 이들은 오늘날의 ‘삼포세대’라고도 할 수 있다. 앞에 있는 이들과는 다르게 종교는 이들에게 사회적, 심리적, 종교적 위안을 주는 ‘악세서리’일 수 없다. 오히려 억압되고 억눌린 이들을 위한 유일한 돌파구이다. 결혼도, 취업도, 연애도 포기한 채, 하루 또 하루를 견뎌내는 청년들에게 『래디컬』과 같은 제자훈련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그 자체가 폭력이다. 이들에게는 삶 자체가 견뎌내야 하는 현실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이들에게는 앞의 부류와 같은 ‘야망’은 찾아볼 수 없다. 그저 묵묵히 따라온다. 하지만 이들은 철저히 순응적이고, 수동적이다. 그리고 절대 나서지 않고 멀리서만 그분을 바라볼 뿐이다. 이들에게 허락된 훈련은 바로 ‘주체로의 우뚝섬’이라 할 수 있겠다. 실제로 묵묵히 수동적으로 무덤에 찾아간 세 여인은 ‘부활의 영광’을 목도한다. 그리고 ‘갈릴리’로 가시겠다는 예수 부활의 신비를 먼저 깨닫는다. (물론 그들은 두려워 떨기는 했지만) 다른 남성 제자들에게 이 소식을 ‘앞장서서’ 알리라는 소명도 위탁받는다. 이들은 철저히 수동적인 사람들이며, 주변화된 인물이지만, 부활 이후 갈릴리 공동체로 나아가는 예수의 행적 속에서는 분명 ‘주체’로 탈바꿈된다. 또한 ‘적극적인 사람’으로써의 사명을 부여받는다. 이들에게 요원한 제자훈련은 ‘훈련지침’이 아니다. 바로 사명부여와 권위부여다. 객체의 주체화다.

 

실제 마가복음의 기적과 치유의 이야기는 갈릴리에서 이뤄진다. 그곳에서는 이방인과 유대인의 경계가 무너진다. 그리고 예수의 가족들과 가족 아닌 이들의 경계가 무너진다. 갈릴리는 하나님의 거룩한 임재 앞에서 모든 경계가 무너지는 곳이다. 갈릴리 공동체에는 남자와 여자가 없다. 지배자와 피지배자가 없다. 예수의 혈연에 따른 가족도 없다. 단지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자들은 모두 친 형제요, 자매들이다. 예수의 부활 이후의 행적은 철저히 갈릴리를 향해있다. ‘야망을 가진 남성’들의 야망은 철저히 부서진다. 그리고 갈릴리로 부름 받는다. 그리고 ‘수동적인 여성’들의 억압과 굴레는 모두 파괴된다. 그리고 사명과 임무를 간직한 채, 권위를 부여받은 발걸음으로 갈릴리에서 새로운 주체로 다시 태어난다. 바로 갈릴리에서. 이 갈릴리가 제자들이 ‘제자화’되는 유일한 장소이다.

 

 

제자도에서 교회론으로

 

『래디컬』을 위시한 제자도에 관련된 메시지는 오늘날의 상업주의 소비화에 물든 교회에서 일종의 ‘프로그램’으로 기획되고 변형된다. ‘제자도’란 거룩한 하나님의 메시지의 상업주의 소비화라고도 볼 수 있겠다. 그런 점에서 이런 스타일의 제자도는 결국 오늘날 타락한 교회에서 이유도 목적도 모른 채 그저 맹목적으로 순종적이고 헌신적인 성도들을 양산해내는 교회성장이데올로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바로 상업주의 소비화에서 해방된 교회를 일궈내는 것이다. 하나님의 권능의 임재 아래에서 병을 치유 받고, 귀신으로부터 해방된 이들. 유대인과 이방인, 남자와 여자, 주인과 종이 아무런 차별 없이 모인 그 곳. 인간이란 이유만으로 인간대접을 받을 수 있는 그곳. 바로 ‘갈릴리’의 길이다. 이 ‘갈릴리’야말로 교회의 시발점이자, 교회가 추구해야 할 이상향이다.

 

제자훈련은 다른 어떤 것이 아니다. 바로 나와 다른 이들과 손을 맞잡는 훈련이다.

만약 우리가 ‘갈릴리’에 속해있다면 과연 ‘제자훈련’이 필요할까? 우리 공동체 속에 성적소수자가 있다면,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가 있다면, 철저히 성적 착취를 당한 여성노동자가 있다면, 그리고 대기업에 취직된 잘난 청년들이 아니라, 취직을 못한 채로 신음하고 있는 청년들이 있다면, 아직도 우리에게 ‘제자훈련’이 필요할까? 또 반대로, 이들을 따가운 시선으로 죄인이라 일컬으며 손가락질 하는 구성원들이 다름 아닌 장로요, 권사요, 안수집사라면, 그리고 목회자라면, 이들에게 ‘제자훈련’은 어떤 의미일까? 갈릴리’는 모든 다양한 사람들이 ‘하나님’을 신뢰하고, 온 세상의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경험하고 기도하는 ‘교회 공동체’이다. 제자훈련은 다른 어떤 것이 아니다. 바로 나와 다른 이들과 손을 맞잡는 훈련이다. 그리고 그들을 이해하며 한 명의 인간으로 이해해주고, 공감해주는 훈련이다.

 

‘갈릴리’가 실종된 오늘날의 교회는 제자를 잃어 버렸다. 하지만 그러한 현실 속에서 제자를 다시 길러내는 길은 『래디컬』에 있지 않다. 오히려 『래디컬』은 성경 속의 제자도를 기만하고, 희롱할 뿐이다. 진정한 제자를 다시 길러내는 길은, 교회를, 그리고 교회론을 다시 정비하는 길 위에 있다. 우리와는 전혀 다른 타자들을 하나님의 임재로 끌고 오고, 그들을 동일한 ‘하나님의 형상’으로 환대하고 함께 ‘교회 공동체’를 일궈가는, 이른바 ‘갈릴리’의 길 외에 다른 제자도는 없다.

 

 

홍동우 / 부산장신대학교 신학대학원(M.div). 

일단은 경계해야 할 위험한 사람인지, 

세상에 대하여 경계를 하고 있는 불안정한 사람인지, 

혹은 온갖 경계선 위를 돌아다니는 사람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분명한건 '경계인'이라는 사실. 

부산의 한 교회에서 청소년들과 어울리며 삶의 행복을 느끼고 있다.

<광장, 청춘> 기획/편집위원

※ 참고문헌 : 베르너 H. 켈버, <마가의 예수이야기> (한국신학연구소, 2009) 

 

1. 무리와 제자들을 불러 이르시되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막 8:34) [본문으로]
2. 길에서 제자들에게 물어 이르시되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중략) 베드로가 대답하여 이르되 주는 그리스도시니이다.(막 8:27-29) [본문으로]
3. 다 앉아 먹을 때에 (중략) 베드로가 여짜오되 다 버릴지라도 나는 그리하지 않겠나이다.(막 14:18-29) [본문으로]
4. 서 바라보는 여자들도 있었는데 그 중에 막달라 마리아와 또 작은 야고보와 요세의 어머니 마리아와 또 살로메가 있었으니 이들은 예수께서 갈릴리에 계실 때에 따르며 섬기는 자들이요.(막15:40-41) [본문으로]
5. 예수를 향하여 섰던 백부장이 그렇게 숨지심을 보고 이르되 이 사람은 진실로 하나님의 아들이었도다 하더라 (막 15:39) [본문으로]
6. 여자들이 몹시 놀라 떨며 나와 무덤에서 도망하고 무서워하여 아무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하더라(막 16:8)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