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청춘이 묻고 답하다

굿바이 마이 프렌드, 신해철 : 그의 죽음과 삶.. 그의 노래 "굿바이 얄리, 이젠 아픔 없는 곳에서 하늘을 날고 있겠지. 굿바이 얄리 언젠가 다음 세상에서도 내 친구로 태어나줘" 그가 일곱살 때 처음 죽음에 대한 의미를 깨닫게 된 사건을 노래로 담아낸 "날아라 병아리"의 한 구절이다. 이 노래의 얄리처럼 그는 며칠간 심하게 앓다가 우리 곁을 훌쩍 떠나버렸다. 슬프다. 아주 많이... 생각해보니 그는 20살 데뷔할 때부터 인간 존재의 유한성과 죽음에 대한 깊은 묵상이 담긴 노래를 지속적으로 불렀다. 무한궤도 1집 타이틀 곡 "우리 앞에 생이 끝나갈 때"에서 그는 이렇게 노래했다. "세월이 지나가고 우리 앞에 생이 끝나갈 때. 누군가 그대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나. 지나간 세월에 후횐 없노라고" 아마 신해철은 그 대답에 "아무 후회없이 살았노라"라.. 더보기
최종 면접에서 40분 지각하는 건 하나님의 뜻? 내 두 번째 직장은 ‘M’ 포탈 사이트였다. 첫 번째 직장이 개신교 서점이었으니 일반 회사로는 첫 회사인 셈이다. 당시만 해도 - 무려 십 년 전이다 - 지금만큼 취업 스펙을 따지는 상황은 아니었다. 게다가 닷컴버블로 일자리가 꽤 있던 시절이었다 - 노무현 대통령 욕하는 사람들 보시라, 그나마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누가 더 많이 만들었는지를. 그럼에도 취업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대부분 지원하면 서류 전형에서부터 미끄러지기 일쑤였다. 무엇보다도 일년을 개신교 쪽에서 까먹은(?) 터였고 자신감도 자존감도 바닥을 치던 차였다. 자신감 없고 자존감이 떨어지는 자소서(자기소개서-편집자주)는 읽는 사람도 맥 빠지게 하는 법이다. 많은 교회 오빠들의 고민 - 이라고 쓰고 개인적 의미에선 '비겁함'이라고 읽는다 - .. 더보기
타자를 향한 최초의 시선 : 영화 <시>를 통해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는 주인공 양미자 할머니가 시를 쓰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동네 문화원에서 열린 김용탁 시인의 시 강좌를 듣고 시를 쓰기위해 부단히 노력하던 미자. 어느 날 그녀에게 예기치 못한 사건이 일어난다. 손자 종욱이가 친구들과 함께 같은 학교 여학생인 박희진에게 집단 성폭행을 했고, 끝내 희진이가 자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러나 주인공은 시 쓰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시상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다가 결국 죽은 여학생, 희진이의 마음을 담은 시를 쓰게 된다. 영화 속 시 쓰기 강좌의 강사, 김용탁 시인은 제대로 봐야 시를 쓸 수 있다고 했다. 본다는 것은 단순히 눈으로 대상을 관찰하는 것이 아니다. 본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는 내가 관찰대상이 되는 것이다. 사자성어로 역지사지, 타.. 더보기
변방으로부터의 위로 Ⓒ 돌베개. [서평] 신영복 (돌베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을 버리고, 세상이 나와 상관없이 활동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과정이었다. 어렸을 때는 세계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줄 알았다. 무엇이든 원하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어른이 되면 과학 독후감에 자신 있게 써내려갔던 해저세계에서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않고 로봇의 시중을 받으며 호강하는 미래세대의 주역인줄 알았다. 그러다가 어느 날엔가 문득 꿈을 꾼다는 것과 이룬다는 것은 꽤 복잡한 과정과 계산이 필요한 것을 자각하게 되고, 이어 시간이 지날수록 미래세대의 주역과는 거리가 먼 평범한 인간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평범하면 다행이지만, 지금 여기 나는 변방에 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곳. 자본주의 .. 더보기
청춘들이 하는 방황에 대하여 1.청춘은 무모하다. 청춘들이 갑자기 찾아와 ‘나 사랑에 빠졌어.’라는 말만 들어도 내 가슴은 철렁하고 내려앉는다. 그들의 무모함은, 세상의 거친 풍파를 아직 겪지 못한 순수함으로써, 그들의 삶의 향방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속성을 지닌다. 따라서 그들의 사랑은 위험할 수밖에 없다. 가끔 그들을 위험으로부터 구원해내기 위해 세상의 거친 면면을 설명하고 있자면, 그들은 단호하게 나의 세계관을 거절한다. 그리고는 ‘나는 청춘이야, 그러니 지금은 무모한거야, 그러니까 건드리지 마.’라고 온 몸으로 신호를 보낸다. 그렇다, 청춘은 말릴 수가 없다. 2.간혹 그런 청춘들의 주변에는 ‘애늙은이’들이 존재한다. 무모한 사랑을, 무모한 삶을, 무모한 꿈을 그려내며 실현하는 그들 주변에는 항상 ‘야, 세상이 꼭 그런 것만.. 더보기